두 얼굴의 매력을 가진 산지오베제
세상의 모든 엘레강스와 꽃밭의 황홀함
혀를 꽉 조이는 강렬함
바디아 아 파시냐노 2016 빈티지 내가 정말 애정하는 와인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영국왕실에서 산지오베제 2016 빈티지를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라 극찬을 하며 최고의 빈티지로 꼽기도 한 일화도 있으니 말이다.
2019년도 6월 5일에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안티노리 와이너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땐 와인을 잘 몰랐지만 관심은 많은 상태였고 유명한 와이너리를 구경해보고 싶었다. 그곳에 포도농장을 배경으로 멋진 레스토랑도 있다고 해서 무작정 찾아갔었다. 와이너리 투어 신청 따위 없이,,
너무 아름다운 풍경과 그림 같았던 야외레스토랑의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한 그곳이다.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슈퍼 투스칸을 뺀 안티노리 끼안티 클라시코 테이스팅 메뉴를 주문해서 음식과 페어링 했었고 그중 바디아 아 파시냐노가 제일 맛있어서 한 병 사 왔었다. 그러나 참지 못하고 그 좋은 와인을 몇 년 후에 홀랑 마셔버려서 숙성이 많이 된 지금쯤은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고 있었다. 몇 병 더 사 왔어야 했다.
그 와인을 이번 식사시간에 선물처럼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며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너무너무 기뻣고 한입에 알아본 나자신 칭찬하기로 했습니다
어제는 신용산역 양인환대극진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당 17만 원의 높은 가격의 양고기 집입니다. 그런데도 2년 치 예약이 모두 풀부킹이라니 놀라웠다. 양인환대극진에서 페어링 하는 전통주가 있었지만 우리는 와인파 아니던가! 각자 와인을 한 병씩 가져오기로 했었습니다. 동생네가 두병을 가져와서 샴페인은 빼고 서로의 레드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가져갔던 와인은 카테나자파타 아르헨티노 말벡이었고 동생은 어떤 와인을 가져왔을지 궁금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동생이 가져온 와인을 잔에 따르는 순간은 양고기랑 먹으니까 쉬라일까? 했는데 잔을 딱 받는 순간 잔을 받치는 스템이 잘 보이는 맑은 레드와인이었다. 그래서 쉬라나 말벡은 아니라고 확신했고 내 기억 속에 이렇게 비치는 레드는 많지 않았다. 피노누아나 산지오베제 에트나레드 등이 몇 개 안 되었다 잔을 스월링 하고 향을 맡는 순간 이탈리아 구나! 떠올랐다.
그리곤 맛을 보고 산지오베제임을 확신했다 혀를 조이는 뗀뗀함,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라이트 하다고 할 수 없는 바디감인데 특유의 강렬함
난 이탈리아, 토스카나, 산지오베제를 외쳤고 정확히 맞추었다. 내가 산지오베제의 맛을 기억하다니 너무 행복한 승리였다.
NOSE
일단 열자마자 우유에 모든 과일을 퐁당 빠트린듯한 상큼 부드러운 향과 꽃밭이라고만 표현할 수 없는 꽃과 과일의 은은한 향들이 마구마구 피어올랐다. 향수 같다고 생각했는데 쏘는 알코올향이라던지 인위적인 향은 싹뺀 숙성이 잘된 은은하고 향기로운 향수. 라즈베리와 제비꽃, 딸기와 말린 장미, 삼나무, 정향, 가죽, 오크를 많이 누렸구나 싶은 향이었다.
이 향은 3시간 동안 식사하면서 끝까지 향이 유지되었다.
PALATE
이 페이지의 서두에 양면의 모습이라고 했는데 정말 향과 맛은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향은 마치 세상의 모든 엘레강스와 꽃밭의 황홀함을 가져다줬다면, 혀에서의 느낌은 무겁지 않은 밀도의 활기찬 바디감과 혀를 꽉 조이는 산지오베제의 특징을 한껏 드러내는 맛이었다. 색에 비해 아직은 더 장기숙성도 가능할 만한 탄닌감이었다.
산지오베제에서 느끼는 바디감이 좀 특이하다고 생각하는데 강렬하고 그란셀레찌오네라 오크를 많이 썼는데도 무겁지 않은 바디감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품종자체의 강렬함이 오랜 오크숙성을 뚫고 나오는 것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아니, 오크를 이렇게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품종인거지.
산지오베제 품종의 매력을 너무나 확실히 알게 된 시간이었다. 2016 빈티지는 이제 살수도 구할 수도 잘 없는데 잘 셀러링되어 2024년에 먹다니. 내가 이태리에서 사 온 와인을 바로 먹었을 때는 레드과일, 바닐라스러운 향과 탄닌이 조이긴 했지만 벨벳에 감싼듯하고 바디밀도도 더 두터웠던 기억인데 오히려 8년이 지난 이 와인은 향과 맛이 다른 두 얼굴의 매력덩어리가 되어있었다. 우유와 라즈베리 같기만 했던 향은 꽃다발과 잘 숙성된 향수의 향으로 발전해 있었고 탄닌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워지는 줄 만 알았는데 캐릭터가 확실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아 바디에서 퍼져있던 오크칠을 벗어내고 명확하고 깔끔한 맛을 선사해 주었다.
이젠 한 3년 정도 지나서도 어떨지 궁금해진다.
산지오베제의 강렬함 은 양고기와도 무척 잘 어울렸다.
바디아 아 파시냐노는 우리말로 '파시냐노 대 수도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역 : 이탈리아 > 토스카나> 끼안띠클라시코
도수:13.5%
생산자 :마르케시 안티노리
가격: 구입당시 6만 원 후반대추정
품종: 산지오베제
빈티지 :2016
정말 맛있었던 양고기 껍질 구이, 정말 튀기듯이 구워주셔서 껍질이 포함된 느낌 같지가 않을 정도로 껍질이 쫄깃하고 바삭했다. 미나리와 간장 소스를 부어주셔서 아주 맛있게 먹었는데
뒤로 갈수록 소스를 가미한 양고기 요리 들이나 왔다.
좋은 자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와인들 ,, 정말 기억에 남을만한 11월의 식사였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게 되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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